권수진의 질투 어린 눈으로

“지금 기둥—지붕의 남서쪽 모서리를 받치고 있는 기둥—의 그림자는 기둥 밑에 맞닿은 테라스의 동위각을 정확히 반분하고 있다. 이 테라스는 지붕으로 덮인 넓은 회랑의 형태로, 집을 세 면에 걸쳐 둘러싸고 있다. 테라스의 폭은 집의 중앙과 양쪽 편이 같기 때문에 기둥이 투사하는 그림자의 직선은 정확하게 집 본체의 모서리에 가 닿는다. 그러나 그림자는 그곳에서 끝난다. 태양이 아직 중천에 떠 있어, 테라스 바닥의 포석들만 비추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소설가 알랭 로브그리예(Alain Robbe-Grillet)의 소설 『질투(La jalousie)』의 첫 장면이다. 누보로망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가 발표한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화자의 주관이 개입하지 않는 묘사로 가득 차 있다. 화자의 시선이 가 닿은 곳은 사물과 인물의 표면까지다. 화자의 의식을 제한한 것은 다름 아닌 누군가를 향한 질투다. 즉, 이 작품은 질투에 사로잡힌 화자가 어떤 대상을 집요하게 관찰한 기록이다.

새로운 질서와 함께하는 워크숍 「질투 어린 눈으로」를 이루는 레이어는 크게 ‘읽기’, ‘쓰기’, ‘출판하기’로 나뉜다.

첫 번째 레이어 ‘읽기’에서는 프랑스의 소설가 알랭 로브그리예(Alain Robbe-Grillet)의 『질투』(La Jalousie)를 읽는다. 객관적 묘사에 집중한 글쓰기 방식을 경험하고, 그 경험을 나누며 ‘질투 어린 눈’을 체득한다.

두 번째 레이어 ‘쓰기’에서는 자신이 ‘질투 어린 눈’으로 바라볼 대상(장소, 사물, 사람 등)을 선정하고 묘사한다. 첫 번째 레이어를 제대로 거치지 않으면 한 문장조차 쓰기 어려울지 모른다.

세 번째 레이어 ‘출판하기’에서는 앞선 두 레이어를 거친 결과물을 웹상에 출판한다. 출판이 어떤 대상을 강조해 널리 소개하는 일이라면, 오늘날 출판은 반드시 종이 위에서만 이뤄지지 않는다. 이를 위해 웹을 이루는 기본적인 컴퓨터 언어인 HTML(HyperText Markup Language)과 CSS(Cascading Style Sheets)를 익히는 한편, 두 컴퓨터 언어를 다루는 일 또한 글쓰기와 다르지 않음을 경험한다.

이 워크숍은 표현 실험보다는 관점 또는 태도 실험에 가깝다. 즉, 워크숍에서 다루지 않는 나머지는 참가자의 야심과 취향에 달렸다. 세 가지 레이어의 순서는 중요도와 무관하다.

시간표

준비물

규칙

체리

체리는 움직이고 있는가?


[01] 빨간 동그라미들이 멈춰있다. 불규칙하게 서로 뒤엉켜있지만 움직임은 없다. 불규칙한 동그라미들의 표면은 모두 매끄럽게 빛나고 있다. 자세히보니 한쪽 면이 살짝 들어가 동그라미보다는 뭉개진 하트 같다. 살짝 뭉개진 부분에는 1포인트 정도로 가늘고 긴 연두색 선이 있다. 연두색 선은 자유로운 모습으로 앞을 보고 있기도 옆을 보고 있기도 뒤를 보고 있기도 하다. 불규칙한 빨간 동그라미와 연두 선이 나름의 질서를 가지고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아마도 빨간 동그라미의 이름은 체리일 것이다.

[02] 파일명은 cherries.jpg 확장자는 jpeg이다. 파일의 크기는 87KB, 규격은 880*494px, 색상영역은 RGB이다. 포토샵으로 가져와 보니 #c10909, #c00f15, #540300, #732221, #fff3f8, #df3130 #d7d59c (...) 아주 다양한 빨간색과 아주 가끔 연두색 때때로 검은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2022년 7월 9일 토요일 오후 12:56에 생성되었고, 파일 경로는 ‘데스크탑’-‘작업’-‘2022’-‘[00] 새로운 질서’-‘[02] 질투 어린 눈으로’이다.

시계

주황 네모는 시계인가?


[01] 주황 네모 안에 주황 네모가 있다. 첫 번째 주황 네모는 납작하고 두 번째 주황 네모는 납작하지 않다. 두 번째 주황 네모 뒤로 그림자가 보인다. 두 번째 주황 네모 모서리의 R값은 5mm이다. 두 번째 주황 네모 안에는 동그란 원이 있다. 두 번째 주황 네모 안에 있는 동그란 원은 깊이가 있다. 두 번째 주황 네모 안에 있는 깊이가 있는 원 안쪽에는 12개의 선이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고 있다. 12개의 선 사이에는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3분의 1 정도 길이가 더 짧은 선 네 개가 있다. 두 번째 주황 네모 안에 깊이가 있는 원 정중앙에는 입체감이 있는 작은 원이 있다. 이 작은 원의 크기는 아이폰 카메라 렌즈보다 5배 더 작다. 이 작은 원은 4개의 막대기를 고정하고 있다. 4개의 막대기는 서로 다른 굵기를 가지고 있다. 가장 두꺼운 막대기와 두 번째로 두꺼운 막대기의 끝부분에는 흰색 선이 있다. 세 번째로 두꺼운 막대기의 끝부분에는 어두운 주황색 선이 있다. 네 번째로 두꺼운, 가장 얇은 막대기의 끝부분에는 아무것도 없다. 가장 두꺼운 막대기는 열 번째에 있는 긴 선을 가리키고 있고 두 번째로 두꺼운 막대기는 두 번째에 있는 긴 선을 가리키고 있다. 세 번째로 두꺼운 막대기는 다섯 번째 긴 선을 가리키고 네 번째로 두꺼운 막대기는 여섯 번째 긴 선 사이에 있는 네 번째 짧은 선을 가리키고 있다. 두 번째 주황 네모 안에, 깊이가 있는 원, 정중앙에 있는 작은 원 위에는 BRAUN라고 적혀 있다. 정중앙에 있는 알파벳 A 혼자 키가 크다. 두 번째 주황 네모 안에, 깊이가 있는 원, 정중앙에 있는 작은 원 아래에는 Off라고 적혀있다. Off 아래 손 모양을 한 그림이 있는데 손바닥을 가볍게 펴고 있고 두 번째 손가락의 끝부분이 O의 정중앙을 가리키고 있다.

[02] 제품명은 Off-White™ x Braun Limited Edition Classic Travel Analogue Alarm Clock - Orange이다. 브라운 창림 100주년을 기념하여 성사된 브라운과 버질 아블로의 첫 번째 협업 제품이다. 이 제품은 80년대 후반 디터람스와 디트리히 룹스가 디자인해 MOMA의 영구 전시 소장품으로 선정된 브라운의 명작 ‘AB1’을 베이스로 재현한 모델 ‘BC02’을 재구성한 것으로 #ff4500, #afeeee 두 컬러로 출시 되었다. 시계 전면 6시 방향에 오프화이트 브랜딩이 12시 방향에 브라운 브랜딩이 나란히 새겨졌다. 시침과 분침은 야광으로 이루어져 어둠 속에서도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사이즈는 57*57*27mm이고 AA 타입의 배터리를 사용한다.

[03] 파일명은 clock 확장자는 jpg이다. 파일의 크기는 16KB, 규격은 96*96px, 해상도는 96dpi이다. 색상영역은 RGB를 사용하고 #fd7601, #fe6603, #d63c08, #ffcfa5, #fc8527, #f06604 (...) 아주 다양한 주황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2022년 7월 9일 토요일 오후 8:58에 생성되었고, 파일 경로는 ‘데스크탑’-‘작업’-‘2022’-‘[00] 새로운 질서’-‘[02] 질투 어린 눈으로’이다.

[04] 주황 상자에는 숫자가 없다. (작성중)